“책을 읽고 나면 뭐가 남지?”
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서, 문득 허무할 때가 있다.
그럴 때마다 깨닫는다.
책을 읽는 것만큼,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.
나에게 독서기록장이란, 단순히 줄거리나 인상 깊은 문장을 적는 게 아니다.
그건 책과 내가 감정적으로, 지적으로 연결된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.
오늘은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독서기록장 쓰는 방식과 구조,
그리고 도움이 되는 앱과 마킹 노하우를 함께 소개해 보려고 한다.
1.왜 독서기록장을 쓰는가 –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는 의미
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모두가 똑똑해지는 건 아니다.
중요한 건 읽은 책에서 무엇을 ‘꺼내서 나의 것으로 만들었는가’다.
그리고 그 과정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독서기록장이다.
1) 책과 ‘대화’하는 습관
독서기록장은 책을 일방적으로 ‘받아들이는’ 게 아니라,
내 생각을 붙이고 확장하는 과정이다.
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:
“나는 오늘 이 구절이 왜 와닿았을까?”
“이 문장은 내 지난 경험과 어떤 점이 닮았지?”
“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나는 동의하는가, 반대하는가?”
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적다 보면
책을 읽는 것이 곧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된다.
2) 나만의 지식 저장소
좋은 책은 반복해서 떠오르지만, 기억은 흐릿해진다.
그럴 때 내가 정리해 둔 기록 노트는 두 번째 독서가 되어준다.
특히 시간 관리, 글쓰기, 심리 등 자기계발서나 인문서의 핵심 개념은
한눈에 정리된 노트를 다시 보면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.
2. 나만의 독서 노트 구조 – 실제 예시와 정리법
내가 사용하는 독서기록장은 주로 하얀 무지 노트 + iPad + 노션 앱 조합이다.
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의 편리함을 병행하며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정리한다.
[STEP 1] 기본 정보 정리
가장 먼저 책의 ‘메타 정보’를 적는다.
제목
저자
출판사 / 출판연도
읽은 날짜
별점 / 읽은 목적 (예: 힐링, 공부, 추천받은 책 등)
예시:
『자기 앞의 생』 로맹 가리
읽은 시기: 2024년 12월
추천 지수: ⭐⭐⭐⭐☆
이유: 감정적인 문장이 필요했던 시기에 만난 책
[STEP 2] 인상 깊은 구절 기록
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남는 구절을 옮겨 적는다.
직접 필사를 하기도 하고, 전자책에서는 복사해서 노션에 붙여넣기도 한다.
핵심 문장 + 날짜 + 페이지 번호
느낀 점이나 연결되는 나만의 생각 한 줄
예시 : “인간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다. 그러나 사랑 없이는 살아도 되는 이유가 없다.” (p.221)
→ 혼자인 삶이 익숙하지만, 이 말이 아프게 파고든다.
나도 이유가 필요했던 걸까.
[STEP 3] 내 생각 정리
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.
이 책이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,
혹은 어떤 감정을 건드렸는지를 솔직하게 적는다.
예시:
이 책을 덮고 나니 ‘사랑받지 않아도, 사랑하고 싶다’는 마음이 남는다.
문장이 깊이 들어올수록 내가 그동안 외면해온 감정들이 얼굴을 드러낸다.
이 과정을 통해 책이 ‘내 안에 머무르게’ 만든다.
기억을 위해 기록하는 게 아니라, 삶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다.
3.기록을 돕는 도구들 – 앱, 노트, 마킹 노하우
독서기록은 종이든 디지털이든 나에게 잘 맞는 방식이 중요하다.
아래는 내가 직접 써본, 기록에 도움이 되었던 도구들이다.
아날로그 기록 도구
모눈 무지노트: 공간 구성에 유연하고, 레이아웃 자유도 높음
0.38mm 펜 + 형광펜: 밑줄 + 포인트 표시에 효과적
포스트잇: 책 위에 직접 쓰지 않고도 생각을 붙여둘 수 있음
팁: 책에 직접 마킹할 땐 노란색 형광펜은 부드러운 강조, 주황색은 중요 포인트, 파란색은 질문이나 반박 포인트로 색을 구분해서 사용
디지털 기록 도구
노션(Notion): 카테고리별로 책을 정리하고, 필사한 문장을 저장하기에 최적
리디북스/밀리의 서재 전자책 하이라이트: 읽는 중 바로 문장을 저장하고 메모 가능
GoodNotes + 아이패드: 손글씨로 예쁘게 독서노트를 꾸미기 좋은 툴
예시:
노션에서 #심리책, #2025년1월, #추천받은책 등의 태그를 붙이면
나중에 한눈에 독서 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 유용
기록 습관 유지법
책을 다 읽고 한 번에 쓰기보다 읽는 중간중간 간단히 메모해두기
SNS에 요약 정리글을 올리며 ‘보여주는 기록’으로 동기 부여
1권 다 쓰기보단 ‘내가 느낀 포인트 3가지만 쓰기’로 부담 줄이기
– 독서기록은 또 하나의 읽기다
책을 읽는 것만큼 중요한 건,
그 책이 나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돌아보는 일이다.
독서기록장은 단지 독후감을 쓰는 공간이 아니다.
그건 책과 나 사이의 대화 노트이자,
내 마음의 변화가 기록된 일기장이다.
기록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.
한 줄만 남겨도 좋고
한 문장에 내 생각 하나만 적어도 충분하다.
책 한 권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,
지금 당신만의 방식으로 읽고, 느끼고, 남겨보자.
그게 독서의 가장 깊고, 멋진 흔적이 된다.